[인터뷰]미건축가협회상 받은 건축가가 가죽에 꽂힌 이유

[중앙일보] 입력 2017.08.21 00:01


안지용(44) 대표는 서울과 뉴욕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다. 미국건축가협회상을 두 차례 수상했고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한국건축가협회가 선정한 '올해의 건축가 100인'으로 선정된 실력파다. 그런 그가 2016년 돌연 가방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.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에 소재는 질 좋은 천연 가죽이다. 사실 여기까진 평범하다. 디자인 좋고 품질 좋은 가죽 가방이야 얼마든지 많지 않은가. 그런데 가격을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. 작은 파우치(손에 드는 가방)는 1만~3만원 대, 숄더백은 비싸야 5만원을 넘지 않는다. 디자인과 품질, 그리고 저렴한 가격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이 가방은 최근 20여 온·오프라인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의 대표상품이 됐다. 건축가가 어떻게 이런 가방을 만들 수 있었을까. 아니, 왜 만들었을까. 궁금증에 그를 직접 만났다.  



Q.  건축가인데 어떻게 가방을 만들게 됐나.

A.  작은 2015년 말 미국 유학시절 잘 알고 지내던 지인 회사를 놀러 갔을 때다. 존 바바토스, 바나나 리퍼블릭 등 유명 해외 패션 브랜드에 가죽 옷을 납품하는 회사였다. 그때 회사 창고 가득히 쌓여 있는 가죽을 봤다. 가죽 옷 샘플을 만들기 위해 준비했다가 쓸모 없어져 방치된 가죽 재고라고 했다. 일부를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도 있었지만 아예 손을 안 댄 멀쩡한 가죽도 많았다. 어떻게 처리하냐고 물었더니 공간이 차면 한번씩 컨테이너에 담아서 버리는데 그 비용만 300만원이 든다고 했다. 가죽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텐데 이를 버리기 위해서도 노력과 비용이 또 드는 거다. 비용만의 문제도 아니다.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. 폐가죽을 소각하면 유독물질이 나와 대기 오염을 유발하고 땅에 묻으면 썩어 없어질 때까지 45년은 걸린다. 버려질 위기의 가죽에 가치를 더 해 '덜 버려질 수 있는 방법'을 고민했다. 또 하나의 조건은 가능한 최소한의 품만 들여야 한다는 것. 그래야 제품을 비싸지 않게 만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. 그 결과 단순한 디자인의 업사이클링 가방을 만들게 됐다.  

Q.  다른 걸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, 왜 굳이 가방인가

A.  바로 가방을 만들기 시작한 건 아니다. 처음엔 가죽공예용 DIY 키트를 만들었다. 사무실에 돌아온 즉시 당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던 트렌드 분석가 이향은 교수(성신여대)와 가죽 활용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 나온 아이디어였다. 이 교수가 최근 직접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하는 수공예 트렌드에 대해 아이디어를 냈고, 그렇다면 이 가죽을 잘라 DIY 키트로 만들면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버려지는 가죽을 줄일 수 있겠다 싶었다. 곧바로 내가 디자인을 했고, 가죽옷 회사인 조우교역이 제작과 유통을 맡았다.  




" [인터뷰]미건축가협회상 받은 건축가가 가죽에 꽂힌 이유 " 중앙일보기사 중 일부 발췌

출처 : http://news.naver.com/main/read.nhn?mode=LSD&mid=sec&sid1=103&oid=025&aid=0002746625